살아가는 이야기/사회참여 혜송(慧松) 2025. 4. 3. 07:36
길을 가던 아이가 넘어졌다. 크게 다친 건 아니었지만, 무릎이 살짝 까져 빨간 피가 맺혔다. 아이도 스스로 아프다고 느끼지는 않았지만, 눈앞에 보이는 피에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울까, 말까?그때 지나가던 인자한 할아버지가 다가와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아이고, 인제 다 나았네. 하나도 안 아프지? 완전 대장부네!"그 따뜻한 한마디에 아이는 금세 안정을 찾았고, 울지 않고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가끔은 우리도 이런 "우쭈쭈"가 필요하다고 본다. 머리로는 윤석열의 파면이 인용될 거라는 걸 1000% 이해하고, 그것이 상식적인 결과라고 확신하지만, 마음속 불안함까지 지울 수는 없다. 그래서 주위에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걱정 마, 8:0이야" 라며 다독여주길 바라는지도 모른다.나..
살아가는 이야기/사회참여 혜송(慧松) 2025. 4. 2. 20:16
불자로 살아온 세월이 부끄러울 만큼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이제라도 목소리를 내는 것에 깊이 환영합다. 불교가 다시 민중 속에서 피어나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불교가 민중의 고통과 함께하고, 그 아픔을 나누며 보듬어 줄 수 있다면, 대한민국 불교는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지 않을까요? 불교가 삶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함께 걸어가는 종교로 자리 잡을 때, 우리는 불교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금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그 길 위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했으면 합니다.
살아가는 이야기/사회참여 혜송(慧松) 2025. 4. 2. 17:09
어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선고기일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운전 중에 후배가 카톡으로 알려주었는데, 처음에는 "드디어 하는구나" 싶었다가, 문득 어제가 만우절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4월 1일, 만우절.만우절의 기원이나 역사에는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이 날이 4월 1일이라는 것만으로 자연스럽게 만우절이 떠오를 만큼 내 생활에 녹아 있는 기념일이 아닌가 싶다. 요즘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문득 고등학교 1학년 때의 만우절이 떠올랐다.그때 옆 반에서는 책상을 모두 뒤로 돌려놓고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뒤를 돌아보고 앉아 있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 반은 좀 더 과감한 장난을 치기로 했다. 당시 우리 과에는 3학년이 없어서 2학년이 가장 윗 학년이었고, 우리는 2학년 선배들과 반을 바꾸..
살아가는 이야기/끄적끄적 혜송(慧松) 2025. 3. 27. 04:59
일주일 전과 같은 시각, 그러나 오늘은 이제서야 동이 트려 한다. 하루하루 조금씩 낮이 짧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조금씩 스며드는 차가운 공기, 조금씩 늦어지는 새벽빛.이제 곧 겨울이 오겠지.
살아가는 이야기/끄적끄적 혜송(慧松) 2025. 3. 24. 17:24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으면, 소유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의미보다는 사물과 관계에 대한 집착을 줄여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고, 이것을 내 삶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대략적인 스님의 글은 이렇다. 어느 날 스님은 난초 두 분을 선물 받았다. 정성껏 돌보던 중, 지리한 장마가 멈추었던 맑은 어느 여름 날, 스님은 다른 스님을 뵙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햇살 아래 난초를 두고 온 것이 떠올랐다. 가던 길을 멈추고 급히 돌아와 보니, 강한 햇볕에 지친 난초가 힘없이 처져 있었다. 애써 보살피던 난초가 위태로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에써 돌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스님은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난초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고, 그 애착이 결국 괴로움의 원인이 되었음을 말이다. 이후 스님은 난초를 ..
살아가는 이야기/끄적끄적 혜송(慧松) 2025. 3. 23. 19:21
매주 금요일 저녁, 시드니에서 독립해 생활하는 아들이 집으로 돌아온다. 짧은 주말을 함께 보내고, 일요일이 되면 다시 시드니로 향한다. 기차역에서 떠나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조금 더 있다가 가지, 무정하게 가는구나."몇 년 전 한국 공항에서 장인어른과 나눴던 통화가 떠올랐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방문해 시간을 보냈지만, 일정이 바빠 장인어른과는 단 이틀만 함께했다. 호주로 돌아가는 날, 공항에서 전화를 드렸더니 장인어른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한 번 더 안 보고 바로 가는 거야?"경상도 분이시라 무뚝뚝하셨던 장인어른이셨기에 그 한마디가 더욱 마음에 남았다. 그때는 일정에 쫓겨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때의 장인어른 마음이 더 깊이 이해된다.아들은 ..
살아가는 이야기/끄적끄적 혜송(慧松) 2025. 3. 17. 20:46
지난번 글 말미에 아버지와 함께할 프로젝트를 하나 떠올렸다고 했는데,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바로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아버지와 아들, 시간이 흘러서야 알게 된 것들 [글보기]아버지는 40년대생이시니 이제 80을 바라보고 계신다.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고(無爲苦)가 생각보다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도 항상 무언가 소일거리를 찾고 계셨다. 나는 늘 아버지가 생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는데, 요즘 가끔 자연치료법에 대한 강의를 나가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나이가 들면서 건강에 관한 책을 굉장히 많이 읽고 공부하시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강의까지 하실 줄은 몰랐다. 다만, 강의할 기회가 많지 않아 아쉬워하시는 듯했다. 아버지 방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은 ..
살아가는 이야기/끄적끄적 혜송(慧松) 2025. 3. 14. 06:10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고 했던가?이제는 훌쩍 커버렸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어린 아들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아버지와의 많지 않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아들이 입학시험을 치르고 합격해 원하는 학교에 들어갔던 때가 있었다. 처음 교복을 입고 등교하던 날, 나는 겉으로는 담담한 척 축하해 주었지만, 사실은 세상에 자랑하고 싶을 만큼 기뻤다. 그리고 그 순간, 문득 교복을 입고 첫 등교를 하던 나를 무심히 바라보던 아버지가 떠올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들과 단둘이 마주 앉아 술 한잔을 기울이던 날, "첫 추억이니 사진이나 찍자." 무심하게 사진 한 장을 찍었지만, 사실은 어느덧 나와 술자리를 함께해 주는 아들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고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주 오래전 허름한 술집에..